'2016/08'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08.02 약함.

약함.

독백. 2016. 8. 2. 02:53


나는 약하다.

얼마나 약한가 하면

계획이 조금만 틀어져도

죽고싶다.

그날 하루를 놀았다면

죽고싶다.

누군가에게 조금 심기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들으면

죽고싶다.

그 거슬리는 이야기에 스스로가 잘못된 대응을 해도

죽고싶다.


그걸 표현하진 않지만,

그게 마음에 가득가득 저축이 되면 기어이 입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딱히 복수를 위해, 골려주기 위해 꺼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천성이 약한것이다.

남들은 하루 이틀이면 일어날 상처를 내가 받는다면

나는 한달 이상을 끌어안고 고민해야할 정도로

너무나 연약하다.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한번 이상 들은 사람은

불행하게도 나랑 가깝게, 혹은 오래 연관된 사람일 것이다.


전에 만나던 사람이

힘든 일을 겪고 나서 자기는 지금 사람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져서 

무균실에 입원한 상황과 같다고 

계속 불행으로 가득찬 이야기를 무한반복하는 것을 이해를 구한적이 있는데

그 말대로라면 나는 진작부터 면역력같은건 없어진지 오래였다. 

마주하는 인간 모두가 스트레스였으니까.


고시 준비하면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무것도 못한다고 그렇게 자존감을 잃었을때부터 

계속 쌓여오던 죽음에 대한 열망이

화산 분출하듯 아주 용솟음치는 시기이다.

이제 모든 이유를 다

내가 죽어도 되는 이유에 끌어다붙이는거 같다.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아도

갑자기 밥을 먹다가 외로움을 느껴도

꿈을 실현하는 코앞에서

좌절하고 조금씩 포기하고 널부러지는 나를 보며 실망할때도

부모님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조금만 의견이 틀어져도

그건 내가 이 세상에 있을 필요가 없는 이유가 된다.

죽는데 유일하게 부족했던 '용기'를 어떻게든 만들고 싶은걸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만연해서 좋았던 유일한 점은

남의 눈치를 전혀 안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죽을건가 말건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중인데

그게 내 인간매력도를 떨어뜨리든,

이성으로써 매력을 떨어뜨리든

아무 상관 없는 것이다.

몇년동안 계속해오던 관계를 최근 몇 주 사이에 몇명이고 끊어버렸다.

자기 할말만 하는 사람들은 내 인생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는 관계 속에서의 회복을 꿈꾸는데

정작 관계를 유지해나가야할 자신이 눈치도 배려도 제로가 되니

사람 떨어져나가는것은 한순간이고 상태는 더 나빠졌다.


하 ..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그에대한 내 분석은 다음과 같다.

나는 기대를 동반한 사랑은 많이 받았지만

내가 넘어지고 좌절했을때 

따뜻하게 안겨본 기억이 적다.

없지는 않았다.

시도해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얼마나 깊이깊이 연약했던지.

깊이가 한이 없었던지

되려 원망하는 말이 나왔고

고마웠던 일에 덧씌워진 듯 하다.


어쨌든, 그래서 기대에 맞춰서 적당히

시기에 따라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는게 훨씬 나았다.

어느 정도 되면 아 이쯤되면 이런 멋있는 말을 하면서 회복되야지.


나는 쿨해야했고, 계획성이 있어야 했고

차분해야 했고, 동요함이 없어야 했다.

언젠가는 일어나야했다.

그래서 다 니들덕분이라고 한번씩 이야기 해줘야했다.

내가 그런 연기를 잘 하고 있을 때도

심지어 전혀 안되서 정체가 탄로났을때도 

사람들은 여전히 내가 그러하기를 바랐다.

나는 어느 누구보다도 

쿨이나, 계획성이나, 평온함과는 거리가 먼 내면 세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


아니, 그렇다고 느꼈다.

이건 그냥 내 느낌일 뿐일 수도 있다.


중요한 이야기는 사실 저 느낌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아니다.

그래서 가지게 된 나의 기대는

내가 아플 때.

나를 안아줄 사람

나를 일으켜 세워줄 사람

나를 보듬어 줄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사람은 함께 살도록 만들어졌지만

그 자유의지는 누군가를 대가없이 지지해주면서 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모두의 코는 각각 석자다.

오히려 내가 살기위해 무엇을 이용하면 좋을지에 최적화 되어있다.

늘 축처져있는 친구는 필요없고

늘 축처져있는 이성 역시 필요없다.

늘 힘들어하는 동료도 마찬가지로 쓸모없다.

필요와 쓸모는 매력과 비례한다.


근데 그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삶 하나로도 충분히 벅차고 

누구나 자기 쉴 곳 찾기에도 벅차다는 것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

내 모습이었다.


자꾸 그 것과 다른 사람이 있을거라고 기대했다.

나도 아직 그런 모습이 되지 못했는데도.


그러나 약함이 나의 천성이라면

그럴 수 있다.

기대할 수도 있다.

기대고 싶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같은 모습일 수 있다.

내가 아둥바둥하듯이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


내가 죽으려고 할때, 아무도 그걸 모를것이다.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을것이다.

내가 지금 죽어가는 누군가를 돕지 못하는 것과 같이..

나는 그걸 받아들여야한다.

내가 스스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한다.

호의는 감사하게 받더라도

호의가 내가 바라는 시점에 멈추리라 기대하는 것을 그만해야한다.


내일 내가 죽더라도

오늘 나는 소중하고,

오늘의 내 노력도 소중하고,

나의 천성은 약하고, 여러군데 고장이 나있지만

나는 고장난 그대로 좋은 사람이다.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다시 누군가의 힘이 되어줄 수 있다.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살 수 있다.

그러니까 아직은 포기하지 말자.

'독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함.  (0) 2016.08.02
외향성  (0) 2014.03.19
PDF 어플에 대한 생각.  (0) 2014.02.21
오랫만입니다.  (0) 2014.02.04
오랫만에 글을 적어봅니다.  (2) 2013.05.01
블로그 활동 재개합니다.  (0) 2013.02.22
Posted by 고요한 새벽

댓글을 달아 주세요